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우동기/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이 고급차와 외제차를 타는 이유가 승차감보다 하차감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승차감’이란 차의 본질보다 ‘하차감’이란 비본질이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는 잣대로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르트르는 <출구 없는 방(Huis-Clos)>이란 희곡에서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라고 하였다. 사르트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은 타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로 우리 자신을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삶의 기준이 ‘나’이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남’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경쟁과 비교의 대상이다. 그래서 나보다 나으면 질투의 감정을, 나보다 못하면 무시의 감정을 갖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삶도 존중할 수 있다. 남을 경쟁과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시지프의 신화』에서 ‘인간이야말로 인간 자신의 목적이다.’라고 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데 있어서 중요한 근본은 상대방이 내 삶을 판단하는 그 무엇이 되어서도 안 되며, 내 삶의 이익을 위한 그 무엇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소중한 존재와 소중한 존재가 진실함으로 만나는 관계여야 한다.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함민복의 「반성」이란 시다. 강아지가 나를 위한 그 무엇의 수단적 존재에서 그 자체로서 소중한 의미를 지닌 목적적 존재로 바뀐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있는 그 자체로 존중하는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다.